[포토 에세이] 좋은 책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장난감을 사주거나

놀이동산 가서 함께 노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가서

좋은 책도 읽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도 하면 어떨까요?


글과 사진 / K4 제조5팀 강춘환 책임

촬영지 / 광주 수완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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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60대로 결혼 37년 차다. 아직도 가끔은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는 편인데, 특히 짜거나 매운 음식 때문에 그러기도 한다. 왜냐하면 아내는 고혈압 초기에다 6~7년 된 허리디스크 때문에 정형외과와 한방병원에 다니다가 디스크 수술을 한 지 2개월째고, 나는 회사를 나오고서 얻은 당뇨가 9년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는 딸아이 생각에 맛을 중요시하고 나는 건강을 우선시하기에 발생하는 해프닝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내는 아파트의 통장 일을 보고 있고, 나는 60세에 취득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으로 일 년 전부터 집 근처에 사무실을 열고 있어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요사이는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여유시간이 많은 편인데, 이게 또한 다행인 것이 아내의 디스크가 심해진 작년부터는 무거운 가공식품이나 과일 같은 장보기를 내가 맡게 되었고, 수술 후에는 동사무소의 심부름과 쓰레기 버리기가 추가되어도 별로 부담이 안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봄을 맞아 입맛도 돋울 겸, 건강에 도움이 되는 먹을거리를 사려고 아내와 함께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고 있음에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 때문인지 알뜰하게 사려고 연신 노심초사하는 주부들이 많다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며 알게 되었다. 아내 역시 같은 처지인지라, 진열된 갖가지 상품들을 만지작만지작하다 말뿐 그대로 내려놓기 일쑤였다. 결국, 아내는 주로 채소와 생선과 과일 등을 조금씩 샀다. 나는 아내를 도와줄 요량으로 시장에 따라왔기에 비닐봉지를 몇 개 들고 아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 셈이 되었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기 전에 아내는 코끝이 빨간 내 모습을 보고는 여자 동기들 모임 때 가끔 와 봤다는 칼국수 집으로 안내(수를 떠올리면 어릴 적, 옆집엔 분명 방앗간 규모였는데 간판엔 ‘국수공장’이라고 적혀있던 집 생각이 난다. 규격화된 나무틀에 뽀얀 국수를 치렁치렁 널려 말리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곳, 숨바꼭질하면서 햇빛 아래 늘어진 국수 뒤로 숨어들었던 기억)했다. 좁지 않은 1~2층이 손님으로 가득했다. 알고 보니 모든 국수요리가 2,500원으로 저렴하고 맛도 있다고 소문난 집이었다. 먹기 바쁘게 다음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게 불편했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파는 5,000원짜리보다 얼큰하고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몸과 마음이 얼어있던 아내와 나는 따끈따끈한 훈기와 저렴한 가격에다 넉넉한 인심으로 사랑스러운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눈길을 끄는 횟집에서 아내는 내가 좋아하던 바다장어 회(요사이는 횟집에 가더라도 영양가가 높고 감칠맛이 나는 광어나 농어를 시키지만 소득이 많지 않았던 젊은 시절에는 바다장어가 저렴한데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에 시장에서 떠와서 먹었다)를 기억하고는 수월찮은 가격인데도 한 접시 사 넣었다. 소주 한잔과 곁들일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아내와 장을 볼 때는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시장에 자주 들를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살갑고 애틋한 정감을 새록새록 샘솟게 할 수 있는 길이요, 우리 주변의 영세한 상인들을 도와주는 길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날 우리 부부는 어서 빨리 경제가 회복되어 나라는 물론 재래시장도 활성화되기를 소망하면서 시장에서 서서히 빠져나왔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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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빛바랜 사진첩을 꺼내, 엄마와 옛날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게 디지털로 통하는 시대라 사진은 구시대의 유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가끔 꺼내 보면, 오늘을 사는 동력이며 내일을 위해 뛸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곤 한다.


젊은 시절 참으로 고왔던 엄마는 어느새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어 있고, 흰머리가 검은 머리카락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온화한 미소는 변함이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이라 온통 처녀 시절은 흑백사진으로만 채워져 있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사진첩에 남아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나는 사진 찍는 게 많이 어색한 나머지, 어린 시절 사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하도 이상해서 “왜 내 어린 시절 사진은 조금 남아 있어요?“라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진을 찍기 위해 표정을 짓고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영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커다란 사진첩에 반은 흑백사진이라면, 또 다른 반은 컬러사진이다. 컬러사진이 막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거금을 들여 유명 브랜드의 사진기를 사 오셨는데, 그 일을 잊을 수가 없다. 가족 모두 둘러앉아 사진기라는 것을 구경하면서 기뻐했었다. 필름을 집어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사진 한 장이 뚝딱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밤새 설레었다.


필름 한 통에 24장 혹은 36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야 필름을 현상소에 맡길 수 있었던 터라, 하루라도 더 빨리 어떤 모습의 사진이 나왔을까? 궁금해서 보이는 대로 이곳저곳을 찍으러 다녔다. 필름을 맡기고 사진을 찾으러 가던 날, 아침부터 긴장을 했다. 사진관을 운영하시는 주인아저씨는 투명색 비닐 봉투에 현상되어 나온 사진들과 현상된 필름을 같이 넣어 주시곤 했었다. 사진기 다루는 게 서툴렀던 초창기에는 소위 햇빛이 들어가 못 쓰는 사진이 많아서, 애초 예상했던 사진의 장수가 모자라기 일쑤였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사진들이 사진첩에 한 장 한 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조카가 태어나면서는 조카에게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매년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자세를 취한 사진을 찍어주던 생각이 난다. 조카의 초등학교 전까지의 모습이 연속된 파노라마처럼 사진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주위를 둘러봐도 사진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사진을 현상해서 한 장 한 장 사진을 사진첩에 꽂는 풍경도 이제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사진첩을 열면 사진 한 장 한 장 속에 담겨있던 추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이사를 해도 장롱 밑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진첩을 가장 먼저 꺼내어 두 겹 세 겹으로 포장하는 엄마의 수고를 이제는 이해할 것만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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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소야  많이 먹어


어릴 적 소에게 여물을 준 기억이 남아있는지

증조할아버지댁에 도착하자마자

소에게 달려가 먹이를 준다.

고향이 그리운 이유는

이런 소소한 행복이 마음속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과 사진 / K4 제조5팀 강춘환 책임

촬영지 / 강원도 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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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겨울아침


지난밤에 눈이 내렸던 겨울아침 공기는

온몸으로 전해오는 전율이었다

얼굴 가득 차가운 서리가 부딪혀오는 상큼함은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어휘도 떠오르지 않는 신선함이었다

첫 발자욱을 남겨보려 잔디밭을 가로질러보았다

눈 속 잔디밭에선 푸릇한 봄기운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이 살짝이 부벼본 어깨의 다정함으로

지난 계절 쌓였던 추억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 길을 걸어보았다

광주의 겨울아침 출근길은

새로움이었다.


글 / 고객만족2팀 박춘남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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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댐공사로 수몰되는 바람에 보상문제를 해결하려고 시골에 갔다가 국밥집에 들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었다. 한 식탁에 할머니 혼자 국밥을 드시기에 합석을 하자며 양해를 구하였다. 할머니는 밥 따로 고기국 따로인 따로국밥을 들고 계셨다.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국은 한쪽에 밀어 놓고 밑반찬에 밥만 드셨다. 다른 곳에 밥집이 있는데 왜 국밥집에 와서 밥만 드시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밥을 다 드신 할머니가 등에 진 가방을 내려 그 속에서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었다.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국을 비닐봉지에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다 쏟아 담았다. 한 겹 더 봉지로 싸더니 가방에 넣고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나가시는 것이다.


궁금증을 풀려고 주인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요즈음 농촌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혼자 아니면 노부부만 사는 집이 많아요. 힘든 농사일 때문에 대부분 관절 계통의 질병을 앓고 사시지요. 아마도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주려고 고깃국을 챙긴 모양입니다. 돈이 아까워서 한 그릇 가지고 두 분이 한 끼를 때우는 거지요.” 불현듯, 어제 동생한테서 들은 이야기도 떠오른다. “우리 동네에 노부부만 사시는 분이 있는데 자식들이 합세하여 지난겨울에 전기 코일 난방을 해드렸어요. 원래 온돌이 있었는데 자식들이 나무하는 것을 염려하여서 해드린 것이지요. 편하게 따뜻하게 겨울을 나시라는 염원으로 놓아드린 것인데, 노인네는 냉골이 된 방에서 떨면서 겨울을 나고 계신답니다.”


하기사, 우리 부모님도 그러하셨다. 동생이 기름보일러로 교체해 드렸더니 냉방으로 지낸다시기에 전기장판을 보내드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켜고 아버지는 끄는 것’으로 평생을 티격태격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닐 터이고 기름값은 자식들이 추렴하여 드리는데 그 돈이 너무 아까워서란다. 길바닥에 떨어진 검불 떼기만 주워서 때도 따뜻한 겨울을 날 터인데…. 도시에 사는 자식들은 농촌의 어르신들이 ‘편하고 따뜻하게 겨울나는 법’을 모른다. 진짜로 모른다.


글 / 사외독자 이성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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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 방학 방학에 대한 기쁨은 채 1주일을 가지 못했다. 시골에서 방학은 방안에서만 보내기엔 무척이나 답답하고 지루했다. 하지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엄마는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면 1주일 동안 골골해야 했고, 눈밭을 헤매고 다니다 보면 양말이며 바지며 두꺼운 외투까지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기 위해서는 찬 바람을 뚫고 30여 분을 걸어야 했기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나면 주로 찾는 곳이 집 앞에 쌓아 올린 낟가리 자리였다.


추수가 다 끝난 밭에는 겨울철 소의 먹잇감으로 주기 위해 볏짚을 집처럼 쌓은 낟가리가 있었다. 겨우내 소들에게 먹여야 했기 때문에 꽤 높게 올릴 수밖에 없었다. 낟가리의 높이가 높다 보니 찬바람은 막아주고 해가 드는 양지에서 햇빛을 쐬고 있노라면, 군불을 땐 온돌방처럼 따스했다. 혼자면 심심할 것 같아서 잘 놀고 있는 동생들을 꼬셔서 데리고 나가게 되었고, 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흰둥이도 안아서 낟가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며칠 전 많은 눈이 온 탓에 대지는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고, 연속되는 영하권 날씨에 눈이 녹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낟가리의 양지바른 곳은 사정이 달랐다. 햇살이 오랫동안 비춘 탓일까? 눈이 얼다 녹다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길이도 다양하고 굵기도 서로 달랐다. 동요 고드름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고드름 안은 수정처럼 맑고 깨끗했다. 장난꾸러기 동생들은 신이 나서 고드름을 뚝뚝 꺾어 서로서로 칼싸움을 했다. 하지만 서너 번 부딪히자마자 부러져 땅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나도 하나 가장 작은 고드름을 잘라 우리 흰둥이에게 보여 주었다. 강아지는 맛 나는 먹거리를 인양 고드름을 이리저리 핥았다. 그 모양이 참 귀여워 보였다. 어느새 동생들도 고드름을 똑똑 잘라 입 안에 넣고 오도독오도독 깨물고 있었다. 막냇동생이 건네는 고드름을 받아 나도 깨물어 보았다. 아무런 맛도 없었지만 깨물면 깨물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올해 최강한파가 찾아 왔다고 TV에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얼마 전, 눈이 온 탓에 어느 집 처마에는 작은 꼬마 고드름이 얼어있었다. 눈 구경이 쉽지 않은 요즈음이라 고드름 보기가 어려운데, 참 오랜만에 보게 된 것이었다. 어린 시절 낟가리에서 보았던 그 맑디맑은 고드름은 아니겠지만, 그 모양만은 변함이 없었다.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고드름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고드름의 추억이 오늘은 또렷해진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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