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화약 전문 전시관, 한화 화약박물관


▲한화 화약박물관 본관


늘솔길 공원 ‘화약박물관’은 편백숲 놀이터 위쪽으로 이정표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한화기념관’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화그룹의 모태이자 한국의 화약산업을 개척했던 ㈜한화 인천공장의 역사적 발자취를 담고 있는 곳입니다. 2006년 공장 이전으로 문을 닫으면서 한국 화약산업의 발상지로서의 상징성을 기리기 위해 개관하였다고 합니다. 기존 화약공장 부지를 그대로 살려 조성한 박물관은 웰컴하우스, 채플실, 화약제조공실, 본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화 화약박물관 본관 전시 모습


늘솔길 공원 숲 속 놀이터에서 이어진 길은 제일 먼저 화약박물관 본관으로 방문객을 안내합니다. 깔끔한 디자인의 단층 건물, 한화기념관의 가장 중요한 전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곳으로 입구에는 조감도와 점자로 된 안내 표지판, 홍보물 등이 비치되어 있어 관람 전 대략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본관 도입부, 화약을 주제로 한 영상물을 관람하는 ‘인트로 영상관’을 지나 전시장 내부로 들어섭니다. 화약발명에 도전해 온 국내외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화약의 역사’를 시작으로 우리 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온 화약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화약 이야기’,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발전하는 화약’, 다양한 응용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는 ‘앞서가는 화약기술’ 등, 화약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전시관입니다.


▲한화 화약박물관 본관 전시 모습


전시장 한쪽, 한화그룹을 태동시킨 현암 김종희 회장의 동상이 보입니다. 국내 화약 산업사의 개척자로 ‘다이너마이트 김’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분이지요. 전시관 중앙, 공장 부지 모형도를 살펴봅니다. ‘한눈에 보는 인천공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한국화약 주식회사 창업기부터 2006년 보은공장으로의 이전 완료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공장의 증설현황과 시설배치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화 화약박물관 본관 불꽃놀이 체험관


이곳은 ‘신나는 연화 체험’입니다. 본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관람객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불꽃 모습을 선별, 디자인한 후, 모니터상으로 구현해 볼 수 있답니다. 야자수, 나이아가라, 토성, 반짝이 등등. 불꽃 모양을 직접 고르고 조합하여 디자인하는 재미! 배경지와 배경음악도 선택할 수 있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 만점 전시입니다.


▲한화 화약박물관 성 디도 채플(St.Titus Chapel)


본관을 나오자 만나게 되는 빨간 벽돌 건물, 이곳에는 화약공장 운영당시 임직원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미사를 드리던 성 디도 채플(St.Titus Chapel)이 있습니다. 내부를 들어서자 작은 예배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공장운영 당시 매주 금요일 11시마다 미사를 올렸으며, 공장 이전을 앞둔 2006년 5월 미사를 종료하였다고 하네요.

 



▲화약박물관 화약제조 공정실


채플실을 나와 향한 곳은 ‘화약제조공정실’입니다. 작은 터널을 지나 만나게 되는 이곳은 유사시 폭발로 인한 사고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조 건축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화약이 제조되는 공정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옛 ㈜한화 인천공장의 제조공실을 실제와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1956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산된 초안 폭약을 비롯한 뇌관 및 다이너마이트 등 각종 화약제조시설을 실물로 전시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늘솔길공원의 늦가을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갈대풍경


한국 화약 역사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한화 화약박물관, ‘음매 음매’ 양떼도 보고, 정글 숲 타잔이 되어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즐기는 등, 도심 속 이색 나들이 장소로 ‘늘솔길공원’만한 곳이 또 있을까요? 송도에서 차로 20분! 이번 주말 달려볼까요? 부릉부릉~! 앰코인스토리의 송도탐방 스토리는 계속됩니다. (^_^)


TIP. 한화 기념관 & 화약박물관

주소 : 인천시 남동구 논현고잔로168번길 45 (논현동 738-1)

홈페이지 : http://www.hanwhahistoricalmuseum.co.kr/

방문시간 : 매일 10:00~17:00(월요일, 국경일 휴무)

관람료 : 무료

문의 : 032-431-5142




글쓴이 엄용선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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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를 거의 마쳐가고 있을 때쯤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형 난데요, 오늘 저녁 우리 집에 와 주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와 보면 알아요!” 후배 해준이가 저녁 식사 초대를 한 것이었다. 평소 삼겹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친구라 넌지시 한 가지를 물어봤다. “해준아, 삼겹살 좀 사 가랴?” “그냥 오이소! 삼겹살 사 오면 안 돼요.” 뜻밖이었다. 저녁 식사 초대에 빈손으로 가면 머쓱할 듯싶어 물어봤는데, 뜻밖에 단호한 대답에 잠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빈손으로 오이소!” 과연 무슨 일일까?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던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후배의 집으로 향했다. 해준이는 뭐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집 앞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뭐가 그리 좋으니?” “집에 들어가서 가르쳐 줄게요.” “애인이라도 생겼니?” “애인보다 더 좋은 거.”


해준이의 집을 다시 찾은 지 1년이 되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하며 신발들이 보였다. 바로 엊그제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서자, 사뭇 달라진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해준이가 혼자 사는 탓에 1년 전 화장실 풍경은 정리정돈 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배열된 치약, 칫솔로 핀잔을 줬던 기억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렁각시가 나타나 매일매일 청소하며 관리해 주는 듯한 느낌 이랄까. “해준이 점점 수상해. 살림이라도 차렸니?” “하하하!” “배고프지예! 이리와 저녁부터 드시소.” 경상도 친구라 서울 표준말과 경상도 사투리 뒤섞여 나오곤 했다. “뭘 차려 놓았길래 숨돌릴 틈도 없이 저녁 식사를 권할까?” 주방으로 들어섰다. ‘와! 이게 뭐지?’ 해준이를 떠올리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림의 식탁 풍경이었다. 닭 가슴살, 채소 샐러드, 달걀흰자…. “삼겹살은 안 보이네.” “내 삼겹살 끊었소.” “정말?”


식탁에 앉자마자 해준이의 얘기는 시작되었다. 얼마 전, 배가 자꾸 나와 병원에 갔더니 복부 비만으로 진단이 나왔고 의사 선생님이 운동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권유했다는 것이었다. 바로 헬스클럽 가서 등록을 했고, 헬스 트레이너는 닭 가슴살과 달걀흰자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평소 삼겹살을 좋아하긴 했지만 비만은 거리가 멀어서 안심했던 해준이에게 복부 비만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이런 것만 먹고 버틸 수 있겠니?” “일단 뱃살을 빼야 하지 않겠는겨!” 해준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삼겹살을 과감히 버리고 달걀흰자를 선택했을 때는 비장한 결심이 숨어 있었으리라.


닭 가슴살과 달걀흰자는 TV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나의 눈앞에 나란히 놓이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해준이의 정성이 담긴 저녁 식사를 마쳤다. 늘 밥이나 찌개국이 나의 저녁 식사 메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건 편견이었다. 샐러드 한 접시도 훌륭한 저녁 만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해준이 덕분에 색다른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도 이제 건강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진지하게 해봐야겠다. 고마워.” 후배의 저녁 식사 초대는 의외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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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전] 미스터반과 함께 복습해보는 반도체 용어 상식 5개




WRITTEN BY 미스터반

안녕하세요. 'Mr.반'입니다. 반도체 정보와 따끈한 문화소식을 전해드리는 '앰코인스토리'의 마스코트랍니다.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가 저의 주 전공분야이고 취미는 요리, 음악감상, 여행, 영화감상입니다. 일본, 중국,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에 아지트가 있어 자주 출장을 떠나는데요. 앞으로 세계 각 지역의 현지 문화 소식도 종종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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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이 꿈틀꿈틀 슬슬 기지개를 켜는 겨울의 초입, 환절기를 맞이하여 한바탕 옷장 정리에 박차를 가할 때입니다. 안녕하세요, 앰코코리아 가족 여러분! 이번 앰코인스토리에서는 도심 속 이색 나들이 장소, 소래 늘솔길공원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음매 음매’ 양떼도 보고, 정글 숲 타잔이 되어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즐기고~ 색다른 재미가 가득한 ‘그곳’으로 함께 떠나 봅시다. GO-GO~!


양떼목장과 편백숲 놀이터가 있는 늘솔길공원


▲늘솔길공원 양떼목장,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


양떼목장은 강원도에만 있다? NO-NO~~!! 가까운 인천에 양떼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는데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곳! ‘늘솔길공원’은 송도에서 차로 채 20분이 안 걸리는 인천 남동구에 위치합니다. 귀여운 양들이 있는 양떼목장 외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편백숲, 한국 화약의 태동 한화 화약박물관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한 곳은 도심 속 이색 나들이 공간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늘솔길공원 호수위에 비친 도심풍경


양떼목장을 가는 길, 내비게이션에서 ‘드림교회’를 찍자 공원 입구 공용주차장으로 안내됩니다. 그곳에 주차하고 산책로를 따라 슬슬 걸어가자 ‘짠’ 하고 나타나는 호수! 가을볕이 반짝반짝 눈부심을 선사하는 수표, 그 위로 비추는 도심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같습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둘레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으니 운동 삼아 슬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늘솔길공원에서 즐기는 날것의 자연


늘솔길공원은 친환경 생태 보전구역으로 생물 종 다양성 확보와 친환경 공원 조성을 위하여 풀 깎기, 풀 뽑기 작업 등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데요, 좋은 공기도 마시고 자연을 즐기며 한가로이 거니는 여유, 늘솔길 공원에서 만끽해 봅니다.


▲늘솔길공원 양떼목장


산책길을 거닐자 어느덧 ‘양떼목장’에 당도합니다. 아직은 따사로운 날씨에 털옷을 벗은 양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양들을 만나기 전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수칙이 있습니다. 첫째, 양들은 채소를 먹으면 병이 난다고 합니다. 풀, 잎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야겠지요? 둘째, 그물망에 매달리면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양 발굽 조심! 멋모르고 방심하다 양 뒷발에 차이는 수가 있다니 필히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양들을 만나봅니다.

 

▲늘솔길공원 양떼목장,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어린이


이곳에 있는 양들은 대략 열댓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울타리 안으로 암수 구분하여 방목 중이며, 근처에 있는 나뭇잎과 풀들을 가져다 직접 먹이 체험도 가능합니다. 평일 오후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단체로 나온 어린이 체험단들이 한창 양 먹이 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네요. 풀잎을 쥔 작은 손을 뻗자 그물망 사이로 한껏 얼굴을 빼는 양들, 순식간에 낚아챈 그것을 우적우적 씹어 먹습니다. 때마침 양들의 식사시간인지라 관리사분들이 풀을 한 아름 가지고 나와 아이들에게 나눠 주네요. 덕분에 양껏 체험을 즐기는 어린이들, 양은 아카시아 잎을 제일 좋아한다고 합니다.


▲늘솔길공원 양떼목장, 오후 5시가 되자 양들은 잠을 자러 들어간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곳 양들에겐 아마도 ‘식후 똥’이 맞겠네요. 잘 먹는 만큼 잘 싸는 양들! 양 엉덩이로 후드득 떨어지는 양 똥을 보자 아이고 어른이고 한바탕 웃음이 터집니다. 아, 늘솔길 공원 양떼목장은 하절기와 동절기를 나눠 관람(체험)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4~9월(하절기) 09:30~17:30, 10~3월(동절기) 09:30~17:00로 정해져 있으니 꼭 시간 확인하고 방문해주세요!


▲늘솔길공원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


양떼를 만났으니 다음 코스로 ‘편백숲 무장애 나눔길’을 갑니다. 도심에서 만나는 편백숲! 크고 장엄한 편백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에 미세먼지에 찌든 폐가 한 번에 청소되는 기분입니다. 나무데크로 이어지는 산책길, 계단이 없는 완만한 경사는 노약자 장애인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벤치와 흔들의자, 편하게 누울 수 있는 나무 베드도 마련되어 있어 편백이 뿜는 피톤치즈를 마음껏 마셔볼 수 있습니다.



▲늘솔길공원 숲속 놀이터


이곳은 산책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입니다. 범상치 않은 기구들이 일반 놀이터와는 다른 포스를 풍기는데요, 그네는 물론이고 집(zip)와이어까지! 입구의 숲 속 오두막집을 필두로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마치 정글 숲을 연상케 합니다. 모험심이 있어야 하는 몇몇 기구들은 흡사 소아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등, 이색체험이 가득한 편백숲 속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타잔이 되어 신나는 한때를 보냅니다. ‘음매 음매’ 양떼도 보고, 정글 숲 타잔이 되어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즐기는 늘솔길 공원! 이번 주말 나들이 장소로 FIX?


TIP. 늘솔길공원 양떼목장

주소 : 인천 남동구 논현동 738-8 늘솔길공원

대중교통 : 수인선 인천논현역 하차 1번 출구 도보 13분

방문시간 : 매일 09:30~17:30 (4월~9월) / 09:30~17:00 (10월~3월)

문의 : 공원녹지과 공원관리팀 032-453-2850




글쓴이 엄용선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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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특히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고성에서 내려다보거나 고속도로에서 마주치는 지붕이 빨간색으로 뒤덮인 광경을 ‘동화 속 작은 마을’로 부르고 싶었다. 그런 광경은 보고 또 보아도 감동적이니 어쩌면 좋으랴! 홈쇼핑의 여행상품을 보다가 설렘을 이기지 못하고 내일이라도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을 끼고 빨강 지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발칸의 ‘크로아티아’다.


그 풍경에 매료되어 안내하는 대로 여행경비 일체를 일시불로 결재 - 보통은 예약금으로 30만 원을 내고 확정되면 나머지를 낸다 - 했다. 그러나 한 여행사로부터는 해피콜을 받고 다른 곳은 인터넷에서 확인한 결과, 내가 원하는 여행 조건이 아니라 취소했다. 발칸 지역으로 가는 국적기나 직항편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결격사유다. 모스크바항공이나 터키항공을 이용해야 하므로 먼저 그들 나라에 도착 후 갈아타기 위하여 몇 시간을 기다린다는 게 여간 난감하고 짜증 나는 게 아니다. 하필이면 자정을 겨우 넘긴 시간에 떠나고 도착하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성격도 문제지만, 8일간의 일정이 6박 8일도 아닌 5박 8일이다. 동유럽을 경유해서 여행한다면 문제 될 게 없지만, 갔던 곳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시간 낭비에다 경비만 가중될 뿐임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다른 요인으로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독방을 써야 하는데, 독방 차지가 인근 국가인 동유럽이나 서유럽보다 고액이라 심기가 불편하다. 현재의 심정은 이렇지만, 빨강 지붕이 자주 눈에 밟히면 모든 악조건을 감수하고 훌쩍 비행기를 탈지도 모른다.


눈을 돌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어떤가. 대도시는 물론 소읍까지 성냥갑을 포개 놓은 것 같은 아파트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에 통계청이 밝힌 2016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아파트 가구 수가 1,000만 가구를 돌파하여 주택의 60%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새 숨 막히는 아파트단지 속에 파묻힌 꼴이다. 지금까지는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아야 하므로 아파트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땅덩이 크기나 인구 밀도가 우리와 비슷한데, 여러 번이나 일본을 다녀왔지만 아파트 단지를 쉽게 볼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조사해 보니 아파트는 10%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상복합형태의 주거지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처럼 열광적이지는 않은가 보다.


김준만 교수는 그의 저서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에서 우리 민족의 아파트 선호현상을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문화적 동질성으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구별 짓기’의 결과물로 아파트 등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대표적인 형태로 강남의 고가 아파트, 학교, 외제 자동차, 명품 등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빨리빨리 문화’, ‘대세 추종 쏠림 현상’ 등도 한몫 했다고 적고 있다. 도시 중산층이 더는 아파트로 ‘구별 짓기’ 를 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지면 아파트 단지는 급격히 사양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하였다. 강남지구는 인프라가 확보되어 교통이 편리하고 문화시설이 집중된 지역이라 아파트 가격이 비싼 줄로만 알았는데 주거지를 재산으로 생각하는 심리까지 있다니 곤혹스럽다.


그나저나 60년 뒤, 손자가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갇혀 살면 어쩌나 하다가도 한 달이 멀다 하고 변하는 세상인데 그때쯤에는 세계가 하나이거나 대륙 별로 통일될 게 아닌가! 어디든 원하는 지역에 살수도 있고, 하루에도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아쉬울까! 냉동 처리되었다가 그때쯤 해빙되어서 생활하는 모습을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망상을 품는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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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세상에 맞서는 힘

따뜻한 위로와 나지막한 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20대에 끙끙거린 고민 중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은 겨우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요. 나머지 95%의 걱정거리는 삶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고,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사라져 버린 거예요! 이어진 설문 조사에서 30대, 40대의 응답자들은 고민할 가치가 없었던 고민거리들을 여럿 꼽습니다.


  •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고민
  •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 대학을 졸업하고 난 이후의 진로 걱정
  • 나를 도와줄 사람이 별로 없다는 외로움
  • 적성이나 꿈에 맞지 않는 직업을 택할 것 같다는 압박감
  • 암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
  • 호감을 주지 못하는 외모 콤플렉스



어떠세요? 나도 그랬지, 했던 고민이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어쩌지,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셨는데 화해 안 하시면 어쩌지, 내가 앞으로도 계속 이 모양 이 꼴이면 어쩌지, 이러면서 당시에는 무척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들이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상황은 바뀌고 자신은 변하니까요. 그래서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인 오구라 히로시는 고민에 직면했을 때는 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고민 그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죠. 성공한 사람들은 고민을 해결한 사람들이 아니라, 고민을 던져버린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고민과 불안이 있을 땐 마음이 무척 조급하고 힘겨워집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조차 불안하고, 분명 조금쯤 남아있었던 자신감과 자긍심마저 슬며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변할 겁니다. 고등학교 때의 고민이 대학교에 입학한 다음 다른 고민으로 대체되듯이, 입사했을 때의 고민이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고민으로 바뀌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남의 고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객관적이어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러니, 잠시 한 발짝 떨어져서 보세요. 전심전력으로 문제에 부딪히기 전에 그 문제가 어떤 문제인지 살필 필요가 있어요. 진심으로 문제에 부딪혀 전력투구하기 전, 상처 입은 내 마음을 원상복귀 시키고, 이 세상과 맞설 나만의 든든한 갑옷인 자존심과 자존감을 단단하게 갖출 필요가 있겠지요. 그다음에 마음껏 고민하세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시작해 보세요.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고,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책을 읽고, 멘토를 붙잡으세요. 이렇게 온몸을 던져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오늘은 고민에 맞서는 마음의 채비를 위한 응원의 에세이들을 골랐습니다. 날이 차네요. 손을 따뜻하게, 속을 뜨끈하게, 마음을 따스하게 잘 다잡으시길 바랍니다.



가장 깊은 절망을 가장 큰 희망으로 바꾸기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북하우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힘차게 헤쳐 나온 사람들의 책을 읽곤 합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힘을 얻지요. 위인전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시대의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희망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오히라 미쓰요의 이 책은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책입니다. 2000년에 초판이 발행된 후 10년 만에 개정판을 발행할 정도로 스테디셀러이지요.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면 여전히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오히라 미쓰요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책에 풀어놓았습니다. 중1 때 왕따를 당해 자살을 하려다 실패하고, 집을 나가 비행을 일삼다 16살에 야쿠자와 결혼하고, 이혼한 후에 처참한 생활을 하다가 다시 일어섰습니다. 한자도 제대로 못 읽던 사람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고, 사법서사(법무사) 시험을 보고, 스물아홉 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비행 청소년을 돕는 변호사로 일하다가 현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그녀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혼자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기적입니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 지음, 예담


구작가는 두 살 때 청력을 잃었어요. 어릴 때는 그저 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자라고 나서야 자신만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서 자신이 듣지 못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줄 친구,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이 책은 ‘베니’가 주인공인 그림책이에요. 구작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했대요. 사람들이 베니를 좋아해 주어서 기뻤고요. 그러다 어느 날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어요. 들리지 않는데 볼 수도 없다니, 얼마나 기가 막히고 절망스러웠을까요. 하지만 구작가는 자신의 장애가 축복이자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아직 따뜻한 손과 말을 할 수 있는 입술,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남아 있다고 말이죠. 구작가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어려운 일들을 어떤 자세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 책이 가슴 뭉클한 이유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꼭 나에게 하는 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해냄출판사


공지영 작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위녕’은 작가의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고, 실제 작가의 딸 이름이기도 합니다. 사랑에 대해, 우정에 대해, 직업에 대해, 삶에 대해, 고통에 대해 딸의 눈높이로 성찰하고, 엄마의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내가 위녕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여자든 남자든 성별과 관계없이, 20대든 30대든 나이에 상관없이, 마치 나를 위로하기 위해 보내온 편지를 읽는 느낌이지요. 우리 엄마가 내게 해주면 좋았을 말들, 혹은 미처 해주지 못했던 말들이 마음에 스며들어 위안이 됩니다. 때로는 낭만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으로, 수많은 작가의 글을 빌어 조곤조곤 해주는 이야기가 듬직합니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힘, 현재를 살아갈 힘이 되는 책입니다.



애써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져도 괜찮아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마음의 숲


김연수 작가의 소설만큼이나 산문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읽다 보면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유머러스한 문체가 한몫을 하지요. 저자는 묻습니다. 이기지 못하면 그것은 패배인가, 지지 않는다는 말은 반드시 이긴다는 말일까, 라고요. 이 책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저자의 경험담이 담뿍 들어간 책입니다. 매일 1시간씩 달리게 되면 인생을 압축적으로 맛보게 된다, 달리기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라고 주장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밖으로 뛰어나가 달리면서 구름과 바람과 나무와 빗방울을 만나고 싶어져요. 사실 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해요. 그 사실을 잘 아는 저자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버티어 이겨내는’ 삶을 권합니다. 삶의 고난 앞에서 다시 한번 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바로 예술이라고 말하면서요. 책을 읽고 나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지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지요.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추천 책읽기 이벤트 이번 호에 소개된 책 중에 읽고 싶은 책과 이메일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신 독자님 중 선발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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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4 19: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함성우 2017.11.14 20: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3. 유정수 2017.11.15 08: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4. 미스터 반 2017.11.15 09: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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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호에 소개된 책 중 '읽고 싶은 책'과 '이메일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신 독자님 중 선발해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이번달에는 2권씩 준비했습니다. (^_^)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2권 준비
    「그래도 괜찮은 하루」 2권 준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권 준비
    「지지 않는다는 말」 2권 준비

    1) 읽고 싶은 책 :
    2) 이메일 주소 :
    3) 하고 싶은 말 :

    ◎ 비밀댓글!
    ◎ 사내독자, 사외독자 모두 응모 가능합니다. ^^
    ◎ 자주 선정되신 분은 동료 선물용으로는 응모 가능하세요. ^^ ●●●●●●●●●●●●●●●●●●●●●●●●●●●●●●●●●●

  5. 2017.11.15 14: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2017.11.18 12:1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7. 2017.11.18 16:2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2017.11.19 21: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9. 2017.11.19 22:3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앰코코리아 사내 독후감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작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태, 정, 태, 세, 문, 단, 세, 예, 성, 연, 중, 인, 명, 선….” 중학교 국사시험 괄호 안의 왕을 찾기 위해 외우고 또 외웠던 조선의 왕들. 이것이 나와 조선왕조실록의 첫만남이었다. 첫만남의 설렘은 오답 시험지의 빗줄기처럼 훅 하고 나를 스쳐갔지만, 우연히 시청하게 된 드라마 <용의 눈물>을 보면서 조선왕조실록과의 운명적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내가 조선왕조실록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성계도 아니요, 이방원도 아니요, 그렇다고 세종도 아니요, 바로 태종 이방원의 큰아들 양녕대군이었다. 아버지가 피바람을 일으켜 얻은 자리여서 그런지 아님 본인 성격이 자유분방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세자 자리를 마다하고 온갖 기행으로 아버지의 눈 밖에 나고자 하였으니, 어린 내 눈엔 그런 반항아적인 모습들이 한없이 멋져 보였다. 아니 다른 자리도 아니고 왕의 자리를. 불륜부터 방랑생활을 하며 온갖 비행을 저지르고 다녔으니, 양녕대군이 진정한 조선의 카사노바 아니겠는가. 하지만 양녕대군의 일탈로 죄 없는 사람들이 고초를 겪거나 죽임을 당했으니 자유와 행동에는 책임과 결과가 따라야 하는데 지배계층에 있다고 하여 다 용서되는 일들은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양녕대군과의 인연으로 읽게 된 박영규의 「조선왕조실록」을 당시 300원짜리 동네 독서실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세 번이나 읽었는데,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조선왕조실록」을 읽고나서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왕조실록」까지 섭렵했으니, 당시 국사시간과 CA역사모임에서는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갈 때쯤, 조선왕조실록은 한 예능프로의 설민석이란 강사를 통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추억속에 고이 묻어 두었던 나의 옛사랑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만남을 약속하고 다시 만난 그날, 박영규의 「조선왕조실록」이 풋풋하고 조금은 내숭쟁이면서 무뚜뚝했다면 넌지시 바라본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세련되고 지적이며 유머에 센스까지. 책 두께로 보아 살은 좀 찐 것 같지만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왕조실록은 총 2,077책으로 조선 27대 왕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기록물이다. 그 양이 방대하여 하루 100쪽씩 4년 3개월을 읽어야 하고 차례로 쌓으면 아파트 12층 높이라니,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이 책을 부담스럽고 버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요약하고 줄였어도 그 많은 왕들의 이야기를 언제 다 읽고 배우냐고. 난 요즘 영화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싶다. 초중반엔 작품성을 갖춘 천만 관객 이상의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중간 광고로 나오는 왕들, 엑스트라로 나오는 왕 포함) 점점 갈수록 독립영화, 단편영화, 마지막에는 ‘뭐 이런 영화도 있었어?’ 할 만큼 다양한 왕들이 등장한다. 모든 것을 다 보려 하지 말고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택과 판단은 언제나 우리 독자의 몫이니.


사대부의 부패와 무능이 지속되던 고려말 난세에는 언제나 영웅이 탄생하니 바로 그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다. 하지만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기틀을 만들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둘째 부인인 신덕왕후의 치마폭에 싸여 결국 1, 2차 세자의 난이 발생한 걸 보면 전쟁 능력치는 최고일 수 있으나 사람을 보는 혜안과 상황판단 능력은 영 떨어지는 것 같다. 오히려 조선건국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이며 태조의 정신적 멘토인 정도전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하지만 그 또한 이방원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으니, 태조를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 있으랴. 2대 왕 정종 이방원의 들러리 역할을 하다 2년만에 이방원에게 임금자리를 내주고 상왕으로 추대되어 정사에는 일절 관여 안하고 격구, 사냥, 온천 등을 즐기며 목숨을 부지하였다는데, 북한의 김정철이 생각났다. 높은 자리라고 다 편안하고 좋겠는가, 마음이 편한게 제일이지.

3대 왕 카리스마 태종 이방원. 혈육의 피를 통해 왕위를 찬탈한 이방원은 의정부를 폐지하고 호패법을 실시하면서 왕권강화 및 중앙 집권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얼마나 외롭고 또 외로웠을까 아무도 믿지 못하는 자신을. 왕이 되고자 온갖 피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자발적으로 왕위를 물려준 유일한 왕이라 하니 그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조선 최고의 왕. 여론조사시 우리 역사를 통틀어 1, 2등을 다투는 군주 중의 군주. 한글 창제부터 천문학, 의학, 화포기술, 음악, 인쇄술, 신분 차별 없는 인재등용 등, 온갖 좋은 미사여구를 다 붙여도 모자란 왕. 난 반대로 그를 비틀어서 보려 한다. 얼마전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 책 「자비를 팔다」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세종도 과연 유능하고 어질며 백성을 사랑하기만 왕이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사실 세종시기에는 백성이 살기 좋은 시대는 아니었다고 한다. 나라 밖 정세도 불안했으며 부랑자들이 고을마다 넘쳐나고 탐관오리들이 설쳐댔으니, 오히려 사대부들이 살기 좋은 시대였다고 한다. 진짜 태평성대는 경국대전을 편찬한 성종시대 때부터 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 그게 왕 하나만의 문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 했던가. 5대 왕 문종은 문무를 겸비했으며 27대 왕 중 가장 미남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배워왔던 측우기도 사실 장영실의 작품이 아니고 문종의 작품이었다니. 허나 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컸던 나머지 세자 생활만 30년을 했고 왕위에 오른 지 2년만에 세상을 떠나 버렸다. 거기에 여복도 없었고 둘째 부인의 동성애 스캔들까지. 아버지인 세종이 22명의 자녀 중 중전인 소헌황후와의 자식이 8남 2녀나 되었다는데 그런 면까지 닮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7대 왕 세조. 그 또한 2대 왕 태종처럼 왕권강화를 위해 호패법을 다시 실시하였다. 국가재정을 확충하고 군사력을 강화하였으며 동국통감을 편찬 및 경국대전의 찬술을 시작하였다. 피바람을 일으켜 왕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본인 자신도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조에게는 한명회가 있었다. 계유정난의 시나리오 및 연출을 담당했으며 신하들을 24시 감시 체제 하에 두고 단종 복위를 노린 사육신을 제거하여 공을 세우고 데스노트를 작성하여 반기를 드는 자들을 모조리 참수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하늘의 벌을 받는 법. 한명회도 자신이 지은 정자인 압구정에서의 일로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연산군 때 부관참시 당하며 쓸쓸한 말년을 맞이한다.

9대 왕 성종은 조선의 완성된 법전이자 나라 모든 일의 기준이 되는 경국대전을 완성하였다. 또한 홍문관을 세워 인재를 양성하고 왕과 신하들이 연구하고 경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당시 많은 벼슬아치들이 홍문관을 거쳤다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학벌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10대 왕 연산군은 조선의 폭군이요,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녀와 기생에 빠져 일등 기녀인 흥청을 선발하기도 하였다. 그중 최고가 장녹수라는 여인인데 연산군을 어린애 다루듯 하였다 하니, 그 기세가 하늘을 찔렀으리라. 결국 조선 최초의 반정인 중종 반정으로 폐위된다.

11대 왕 중종은 반정으로 왕이 되어 약해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조광조를 등용하여 정치개혁에 착수한다. 허나 신념이 강하고 급진적이었던 그는 중종에게 경연을 강요하였다. 당시 경연은 아침, 점심, 저녁 2시간씩 이루어졌다 한다. 기묘사화를 일으킨 중종은 조광조의 공부에 대한 잔소리가 어지간히 싫었나 보다.


13대 왕 선조는 27대 왕 중 가장 무능한 왕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붕당정치로 인해 일본 통신사로 파견된 동인과 서인은 딴소리로 일관하고 결국 잘못된 선택으로 16세기 동아시아 최대 전쟁인 임진왜란이 일어난다.

15대 왕 두 얼굴의 남자 광해군은 임진왜란의 피해를 극복하고 나라를 안정시켰으나 결국 친형과 이복동생을 죽인 폐륜아로 불린다. 하지만 대동법의 실시로 백성들 조세를 80%나 줄었다 하니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19대 왕 숙종은 광해군때 시작된 대동법을 전국에 시행하고 상평통보라는 화폐를 만들어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상공업중심으로 옮겨가는 기틀을 마련한다. 숙종이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통해 각 붕당에 권력을 분할함으로써 당파 싸움을 없애고 왕권강화까지 일석이조를 얻는 스페셜 리스트였다 하니 그의 능력에 소름이 돋는다.

21대 왕 영조는 조선 최초의 천민 출신의 왕이었다. 허나 자신의 콤플렉스에 낙담하거나 삐뚤어지지 않고 오직 백성만을 생각했으며 탕평책과 균역법 등을 실시하여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였다. 영조가 41살에 얻은 귀한 아들 사도세자 이선. 어려서부터 천재란 소리를 들으며 자란 이선은 15세가 되면서 아버지 영조와 멀어진다. 모범생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운동을 한다고 하니 자신의 꿈을 이루어 줄 아들에게 얼마나 잔소리를 했겠는가. 결국에는 막장 드라마까지 가는 안타까운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보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다. 나도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며 아이가 하고 싶고 찾고 싶은 것에 대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통해 언급하지 않은 다른 왕들도 업적이 있고 사연이 있겠으나 내가 보기엔 색깔도 분명하지 않고 존재감마저 미비하여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란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역사가 고3 수능시험 끝자락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이정표가 되어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고 느끼해준 고맙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글 / K4 제조1팀 한주경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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